2009년 08월 28일
과학계의 코메디적 현상들
요즘 인터넷으로 과학 관련 정보들을 검색하다가 조금 웃기는 현상들을 목격하였다.
어느 명문대학 이공계 학과의 홈페이지 익명 게시판에 갔더니 이런 글이 있다.
공과대학 학생이 시험을 치르는데, 시험문제지 한 면 가득히 성서의 구절들이 적혀있더란다. "하나님을 믿으시오." 그래서 시험 보는데 정신 사납게 방해가 되었단다. 복잡한 계산문제들 사이사이로 종교적 외침이 울려퍼지니 당연히 뇌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지금 이 순간이 공과대학 시험시간인지, 교회 예배시간인지?
교수가 떡볶이를 좋아한다고 해서 시험문제지 한 면 가득히 떡볶이 요리법과 떡볶이 찬양론을 적어넣었다면, 과연 학생들의 눈에 어떻게 비치겠는가? "떡볶이 만만세!"
교수가 이슬람교 신자라고 공학 시험문제지에 "이슈알라~" 코란 구절들을 가득 적어넣고, 불교 신자라고 "나무아미타불~" 불경 구절을 적어넣는다면 학생들 눈에 어떻게 비칠까?
교수가 당구 애호가라서 시험 문제지에 당구대와 당구공을 그려넣고 당구이론과 당구 찬양론을 전개한다면 당구 좋아하는 학생들의 호응을 얻을지도 모르겠다. 스타크래프트 찬양론을 시험문제지에 적어넣으면 더 좋을라나?
전지전능하다는 신이 그렇게까지 무리해서 자신을 광고해달라고 하찮은 인간에게 시킬까? 신이 불법 다단계 피라미드 조직 사장님인가? 물불 안 가리는 가입 권유.
교수님이 피라미드 회사 세일즈맨은 아니실텐데.
학생들과 교수님이 솔직하게 불만사항을 적는 익명 학과 게시판.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 익명 게시판이 유용하구나 싶었다. 이 학생의 불만사항이 교수님들에게 전달되었다는 조교의 답글이 달려있었으니까.
어느 명문대학 물리학과 게시판에 조교가 쓴 글의 내용 :
"여기 몇몇 분들, 제발 영구기관 이야기는 그만 올려주세요.
정신건강을 위해서 산책이라도 하시던가요."
며칠 전 디스커버리 채널의 "호기심 해결사" 프로그램을 보니, 호기심 해결사들이 영구기관을 직접 제작해서 시현하였다.
물론 영구기관이 제대로 작동할 리가 없다. 에너지 보존법칙에 위배되니까.
호기심 해결사의 마지막 대사 :
"이제 제발 저희한테 편지 좀 그만 보내요!"
영구기관교는 불멸의 종교다. 이 세상 모든 종교가 다 사라진다 해도, 지구가 멸망하는 그 순간까지 영구기관교의 신도는 없어지지 않을 것 같다.
기계공학계 최대의 로망, 성배다.
어느 과학기술자 사이트에 갔더니, 진학 게시판이란 곳의 풍경이 볼 만하였다.
자칭 이공계 사이트란 곳인데, 어린 학생들이 공과대학 가면 어떻냐고 질문하면, "공과대학 절대 가지 마시오! 무조건 의대 가시오!!!"라고 외치는 기술자들이 존재하였다.
이쯤 되면 이공계 사이트가 아니라 의학계 사이트랄까? 이게 웬 의사협회? 혹시 의사협회에서 보낸 바람잡이들?
오죽하면 어떤 학생은 "무조건 의대 가라는 뻔한 얘기는 됐구요~" 라며 단서를 달고 질문하더라. 하하.
(이런 글에는 의대 고고씽 주문을 외우는 '기술자'들의 답글이 달리지 않는다.)
이런 풍경을 목격한 고등학생들 중에는 '패배주의'라고 비난하는 글을 블로그에 쓴 학생들도 있었다.
하긴, 아무리 현실의 열악한 사정이 있다해도, 자칭 이공계 사이트란 곳의 게시판에서 "절대 공대 가지 마시오! 극소수 천재 빼고는 전부 의대 가시오!"라고 노래를 불러대는 사람들이 대한민국의 과학기술자라니, 과연 외부인들 눈에 어떻게 비치겠는가?
만일, 의사협회 사이트에 갔는데 의사들이 "의대 가지 마시오! 극소수 천재 빼고는 전부 법대 가시오!!!" 이러고 있다면, 그 모습이 어떨까?
또, 변호사협회 사이트에 갔더니 변호사들이 "법대 가지 마시오! 극소수 천재 빼고는 전부 경영학과 가시오!!!" 이런다면, 그 모습은 어떨까?
물론 우리나라 이공계의 사정은 복잡하고 열악하니, 잘못된 점은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면 정말 패배주의에 불과할지 모른다. 이공계가 열악하니 단결 투쟁해서 개선하자는 것과, 이공계가 열악하니 아예 오지도 말고 딴 동네 가라는 말은 전혀 다른 것이다.
열악하고 잘못된 현실은 단결하고 투쟁해서 개선할 것이지, 무작정 도피하고 포기할 문제가 아니다. 딴 동네라고 처음부터 낙원이었던 거 아니다. 단결하고 투쟁해서 여건을 개선한 것이다.
요즘은 인도나 중국의 기술자들과 학생들도 무척 노력하고 있다. 성공한 사람들도 나오고 있다. 대한민국 이공계에 패배주의자가 늘어날수록 대한민국의 앞날은 암울해진다.
개개인이 각자의 적성과 소질과 가치관에 따라 의사가 되든 법조인이 되든 공학자가 되든 자기 맘이다. 하지만 남들한테까지 공대 가지 말라고 노래를 부르는 풍경은, 기이하다.
사회의 열악한 현실에 직면해서, 투쟁하고 사회를 개선하려는 도전의욕은 없고, 자포자기한 사람들의 아우성만 크게 울리는 나라는 열등국가로 전락할 것이다.
물론 그런 개인들의 삶은 불행할 것이고.
"우는 애기 젖 준다."
이공계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도, 사회의 인식 변화를 유도하는 것도 결국 이공학인들 자신이 할 일이다.
# by | 2009/08/28 08:22 | 생활의 관찰 | 트랙백(1)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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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영구기관 ㅋㅋ
너무 재미잇있는 글들입니다아래 링크에서 전문 보세용^^=> 과학계의 코메디적 현상들...........어느 명문대학 물리학과 게시판에 조교가 쓴 글의 내용 :"여기 몇몇 분들, 제발 영구기관 이야기는 그만 올려주세요. 정신건강을 위해서 산책이라도 하시던가요." 며칠 전 디스커버리 채널의 "호기심 해결사" 프로그램을 보니, 호기심 해결사들이 영구기관을 직접 제작해서 시현하였다. 물론 영구기관이 제대로 작동할 리가 없다. 에너지 ......more
도가 지나친 특정 종교 편향의 경우 창조주의에 매달려서 생물 진화원리에 반대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지요. 영구기관의 꿈은 그나마 순진하다고나 할까요? ^^ 그만큼 물리교육이 안 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하면 역시 암울하긴 합니다만.......
영구기관과 같은 종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잘 넘어가는 것 같더군요. 아는 분 중에는 '자동차 엔진에 우리가 자체 개발한 장치 하나만 붙이면 엔진 효율이 50%는 향상된다!' 라는 얘기를 진짜로 믿으려 하시더라구요... 사기꾼이 그분을 차에 태우고 시연 비슷한 것 까지 한 모양이었습니다. ㅋㅋ 그런데 그 분은 컴퓨터 전공에 유수의 대기업에서 IT 업무를 하셨던 경험도 있는 사람;; 이공계에 있어도 속아 넘어가는 현실에 절망할뻔 했습니다;
영구기관 사기사건을 말씀해주시니, 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지요. 기적적으로 높은 효율의 성능을 보인다는 기관(상온 핵융합 수준?)을 개발했다고 투자자들이 모여들었는데, 알고 보니 기관 안에 몰래 연료 공급장치를 하나 더 달아놓았더군요. 텔레비전에 그 사건이 나온 거 보고 훌륭한 사기수법에 감탄했었습니다. ^^; 이쯤 되면 그냥 마술이지요.
사람은 욕심에 휘둘리는 동물이라, 이런 촌극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 같습니다.
그 과목 교수가 시험지뿐만 아니라 과제에도 성경 구절을 끼워넣는다고 하던데 말입니다...;;
가끔 종교에 광적인 분들 보면 그냥 웃음이 납니다. 다른 분야에 취미 가진 분들은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는데 말입니다. 역학 과제물이 교회 전단지와 구별이 안 된다면.......?
시험지와 과제에 뭔가 끼워넣는다면, 차라리 학생들이 복 받을 수 있게 부적을 찍어주시면 어떨까? 라고 문득 생각해보았습니다. 저처럼 면 요리를 좋아하는 학생들을 위해서 면 요리법과 라면교 교리를 적어주시는 것도 좋겠지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