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7월 11일
외계인은 누가 만든 거지? : 서점 과학코너의 기묘한 책을 보고
며칠 전, 어느 대형서점 과학코너에서 기묘한 책 한 권을 발견하였다. 외계인이 우리 인류를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내용이었다. 예전에 다른 서점에서 이와 비슷한 책을 본 기억이 떠올랐다. 그 책은 라엘리안 무브먼트라는 종교를 창시한 이(교주)가 유전공학과 관련해서 쓴 일종의 수필집 비스무레한 종교서적이었는데, 이번에 본 책은 우리 한국 사람이 쓴 소설 비슷한 형식의 수필집이었다. 책의 내용이 뭔가 궁금해서 훑어보니, 과학의 진화론도 맞지 않고 기성종교의 창조론도 틀리다며, 외계인이 우리 인류를 유전공학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하였다.
과학적인 내용이야 실제 생물학을 공부해보고 객관적 증거를 검토하면 그 진위를 판단할 수 있으니 그렇다치자. 지식의 문제는 정통 생물학 교재나 교양 생물학책을 읽어보면 어렵지 않게 해결된다. 그런데, 아주 이상한 점이 하나 있다.
우리 인류를 외계인이 만들었다면, 그 외계인은 과연 누가 만들었단 말인가? 이러한 의문은 좀 깐깐한 사람이라면 5분 만에, 좀 순진한 사람이라도 10분 정도 생각하면 떠올릴 수 있는 당연한 의문이다. 그런데 예전에 읽은 라엘리안 무브먼트 종교의 창시자의 저서에서도, 이번에 발견한 우리나라 사람이 쓴 책에서도, 그러한 의문점에 대해서는 깨끗이 무시하고 전혀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참으로 아리송한 일이다.
과학적 지식이 부족한 건 그럴 수 있다고 치자. 하지만 상식을 가진 대중이라면 흔히 떠올릴 만한 논리적인 의문점에 대해 일언반구 언급조차 하지 않고 과감한 주장을 펼치는 태도는 아무리 보아도 이해하기 힘들다. 게다가 이런 책이 버젓이 과학서적 코너에, 잘 보이게 펼쳐놓은 정통 과학서적들 사이에 버젓이 진열되어있다니, 이러한 괴현상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외계인이 인류를 유전공학으로 만들었다면, 그 외계인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또 다른 외계인이 그 외계인을 유전공학으로 만든 것일까? 아니면 그 외계인이 사는 별에서 진화된 것일까? 아니면 신이 외계인을 만든 것일까?
결국 외계인이 인류를 만들었다는 주장은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적당히 뒤로 미루어놓을 뿐이다. 언뜻 보면 뭔가 해결된 것 같지만 실은 아무 것도 해결된 것이 없다. 오히려 문제를 복잡하게 꼬아놓고 객관적 사실을 은폐할 뿐이다.
이런 문제는 철학적으로 이미 예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버트란드 러셀 경에 의해 지적된 것이다. 인간을 신이 만들었다고 주장한다면, 그 신은 누가 만들었느냐는 것이다. 신을 만든 신은 누구냐는 것이다. 또는, 신이 스스로 존재한다면, 자연의 생물들이 스스로 생겨나면 안되는 이유는 어디 있느냐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인간에게는 신앙과 사상의 자유가 있다고 한다.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자기 마음대로 믿고 싶은 대로 믿고,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고 살아도 된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하도 타인의 믿음과 판단을 폭력으로 억압하고 구박하며 자기 생각만 강요하고 서로 괴롭히고 죽이는 종교전쟁의 불상사가 많이 일어나다보니 제정한 원칙이다. (비교적 특정 종교의 맹신에서 자유롭고 이성적, 과학적인 계몽 사상가와 그런 성향의 정치인들에 의해서 제안된 아이디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자기 멋대로 믿고 생각하는 자유도, 객관적 증거나 논리적 사실 앞에서는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는 제한받을 수 밖에 없다. 물론,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주장을 모르고 하면 우리는 이를 '착각', '맹목적 믿음'이라 부르고, 알면서도 그런 주장을 일부러 하면 우리는 이를 가리켜 '거짓'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학교에서 강제로 특정 종교 교육을 해서 학생 개개인의 사상 종교적 자유를 침해하거나, 과학 수업 시간에 창조론 같은 사이비 과학 교육을 하는 것이 비판받는 것이다. 자유는 방종과 다른 것이라서 당연히 공공의 이익을 위해 어떤 사회적 제한이 따를 수 밖에 없다. 객관적 사실과 주관적 믿음의 세계,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세계와 비논리적이고 공상적인 세계를 동일시하거나 사실을 은폐하는 교육을 하는 것은 학생들을 속이고 우롱하는 처사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 이유에서 과학서적 코너에 이런 종교서적이 놓여있는 현상은 괴이하다. 이런 종교서적은 종교서적 코너에 진열되어있어야 더 어울리는 것이 아닐까? 사이비 과학이나 종교도 모두 과학이라고 우겨댄다면야 별로 할 말은 없겠지만.(그쯤 되면 세상 모든 문화가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울테니, 과학이니 종교니 이념이니 하는 단어들이 모두 쓸모없어질 것이다.)
뚜렷한 객관적 증거나 논리적 검토 없이, 일체의 비판이나 의문, 토론을 허용하지 않고 그저 "어쨌든 믿어라!"고 외치는 단체가 있다면 그건 종교 교단이며, 그 단체의 교리를 담은 책은 종교 서적이다. 서점에 과학서적 코너나 종교서적 코너를 따로 둔다면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서일 것이다. 왜 굳이 종교서적을 과학서적들 사이에 진열해두었는지 의문이다. 책을 지은이가 자기 책을 과학서적이라고 주장한다고 해서 종교서적이 과학서적으로 둔갑하는 것은 아니다. 인류의 기원이나 유전공학을 언급한다고 해서 그 책이 무조건 과학서적이 되는 것도 아니다.
다소 틀린 주장이나 허술한 내용을 담은 책들도 과학서적 코너에 있을 수는 있겠지만, 이건 좀 도가 지나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명백히 특정 종교단체의 교리를 담은 종교서적이기 때문이다. 서점에서는 이런 사실을 모른단 말인가? 아니면 알면서도 대충 넘어가는 것일까? 독자 서비스 차원에서 다소 미흡하다는 느낌이 든다.
과학적인 내용이야 실제 생물학을 공부해보고 객관적 증거를 검토하면 그 진위를 판단할 수 있으니 그렇다치자. 지식의 문제는 정통 생물학 교재나 교양 생물학책을 읽어보면 어렵지 않게 해결된다. 그런데, 아주 이상한 점이 하나 있다.
우리 인류를 외계인이 만들었다면, 그 외계인은 과연 누가 만들었단 말인가? 이러한 의문은 좀 깐깐한 사람이라면 5분 만에, 좀 순진한 사람이라도 10분 정도 생각하면 떠올릴 수 있는 당연한 의문이다. 그런데 예전에 읽은 라엘리안 무브먼트 종교의 창시자의 저서에서도, 이번에 발견한 우리나라 사람이 쓴 책에서도, 그러한 의문점에 대해서는 깨끗이 무시하고 전혀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참으로 아리송한 일이다.
과학적 지식이 부족한 건 그럴 수 있다고 치자. 하지만 상식을 가진 대중이라면 흔히 떠올릴 만한 논리적인 의문점에 대해 일언반구 언급조차 하지 않고 과감한 주장을 펼치는 태도는 아무리 보아도 이해하기 힘들다. 게다가 이런 책이 버젓이 과학서적 코너에, 잘 보이게 펼쳐놓은 정통 과학서적들 사이에 버젓이 진열되어있다니, 이러한 괴현상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외계인이 인류를 유전공학으로 만들었다면, 그 외계인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또 다른 외계인이 그 외계인을 유전공학으로 만든 것일까? 아니면 그 외계인이 사는 별에서 진화된 것일까? 아니면 신이 외계인을 만든 것일까?
결국 외계인이 인류를 만들었다는 주장은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적당히 뒤로 미루어놓을 뿐이다. 언뜻 보면 뭔가 해결된 것 같지만 실은 아무 것도 해결된 것이 없다. 오히려 문제를 복잡하게 꼬아놓고 객관적 사실을 은폐할 뿐이다.
이런 문제는 철학적으로 이미 예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버트란드 러셀 경에 의해 지적된 것이다. 인간을 신이 만들었다고 주장한다면, 그 신은 누가 만들었느냐는 것이다. 신을 만든 신은 누구냐는 것이다. 또는, 신이 스스로 존재한다면, 자연의 생물들이 스스로 생겨나면 안되는 이유는 어디 있느냐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인간에게는 신앙과 사상의 자유가 있다고 한다.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자기 마음대로 믿고 싶은 대로 믿고,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고 살아도 된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하도 타인의 믿음과 판단을 폭력으로 억압하고 구박하며 자기 생각만 강요하고 서로 괴롭히고 죽이는 종교전쟁의 불상사가 많이 일어나다보니 제정한 원칙이다. (비교적 특정 종교의 맹신에서 자유롭고 이성적, 과학적인 계몽 사상가와 그런 성향의 정치인들에 의해서 제안된 아이디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자기 멋대로 믿고 생각하는 자유도, 객관적 증거나 논리적 사실 앞에서는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는 제한받을 수 밖에 없다. 물론,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주장을 모르고 하면 우리는 이를 '착각', '맹목적 믿음'이라 부르고, 알면서도 그런 주장을 일부러 하면 우리는 이를 가리켜 '거짓'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학교에서 강제로 특정 종교 교육을 해서 학생 개개인의 사상 종교적 자유를 침해하거나, 과학 수업 시간에 창조론 같은 사이비 과학 교육을 하는 것이 비판받는 것이다. 자유는 방종과 다른 것이라서 당연히 공공의 이익을 위해 어떤 사회적 제한이 따를 수 밖에 없다. 객관적 사실과 주관적 믿음의 세계,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세계와 비논리적이고 공상적인 세계를 동일시하거나 사실을 은폐하는 교육을 하는 것은 학생들을 속이고 우롱하는 처사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 이유에서 과학서적 코너에 이런 종교서적이 놓여있는 현상은 괴이하다. 이런 종교서적은 종교서적 코너에 진열되어있어야 더 어울리는 것이 아닐까? 사이비 과학이나 종교도 모두 과학이라고 우겨댄다면야 별로 할 말은 없겠지만.(그쯤 되면 세상 모든 문화가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울테니, 과학이니 종교니 이념이니 하는 단어들이 모두 쓸모없어질 것이다.)
뚜렷한 객관적 증거나 논리적 검토 없이, 일체의 비판이나 의문, 토론을 허용하지 않고 그저 "어쨌든 믿어라!"고 외치는 단체가 있다면 그건 종교 교단이며, 그 단체의 교리를 담은 책은 종교 서적이다. 서점에 과학서적 코너나 종교서적 코너를 따로 둔다면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서일 것이다. 왜 굳이 종교서적을 과학서적들 사이에 진열해두었는지 의문이다. 책을 지은이가 자기 책을 과학서적이라고 주장한다고 해서 종교서적이 과학서적으로 둔갑하는 것은 아니다. 인류의 기원이나 유전공학을 언급한다고 해서 그 책이 무조건 과학서적이 되는 것도 아니다.
다소 틀린 주장이나 허술한 내용을 담은 책들도 과학서적 코너에 있을 수는 있겠지만, 이건 좀 도가 지나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명백히 특정 종교단체의 교리를 담은 종교서적이기 때문이다. 서점에서는 이런 사실을 모른단 말인가? 아니면 알면서도 대충 넘어가는 것일까? 독자 서비스 차원에서 다소 미흡하다는 느낌이 든다.
# by | 2009/07/11 09:36 | 생활의 관찰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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